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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신화 - 제우스의 전령

by 실화소니 2019. 10. 15.

제우스의 심부름꾼 역할은 헤르메스로서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로 하여금 주로 자신이 전면에 나서기엔 다소 애매하고 골치 아픈 일들을 대신 처리하도록 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사과를 차지하고자 미의 대결을 펼친 쟁쟁한 세 여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 중에서 승자를 가리는 자리에 헤르메스를 보낸 일이나(심판관은 파리스 왕자였고 헤르메스는 이 세기의 대결, 일명 ‘파리스의 심판’의 전모를 중재했다),

자신의 애정행각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암소로 둔갑시킨 요정 이오를 지키고 있는 헤라의 심복 아르고스를 처치하라고 시킨 일 등이 그 예이다.

물론 헤르메스가 이런 잔심부름만 처리한 것은 아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대동하고 인간 세계를 순찰하기도 했다. 한번은 둘이 누추한 행색의 방랑자들로 변신하여 프리기아 땅 어느 마을을 방문했다.

근근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밤 늦게 문을 두드리는 지친 길손들을 하나같이 박대했다. 오로지 낡은 오두막에 사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라는 노파 부부만이 그들을 맞아주었고, 부부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잠자리와 정성스런 음식으로 두 길손을 극진히 대접했다. 제우스는 이에 감동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푸대접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그리하여 노파 부부와 오두막을 제외한 마을 전체를 대홍수로 쓸어 버렸다. 17세기 플랑드르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Pierre Paul Rubens)가 그린 [필레몬과 바우키스가 있는 뇌우 풍경]은 바로 이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홍수의 재앙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그렇잖아도 굽은 등을 두려움에 더욱 더 움츠리고 있는 노 부부와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당당하고 여유로운 헤르메스, 그리고 제우스가 보인다.

헤르메스가 사랑한 여인들

한편 헤르메스에게도 핑크 빛 연애사가 있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아테네 왕 케크롭스의 세 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헤르세에게 반하게 된다.

그는 아테나 축제에서부터 그녀를 미행하여 방으로 몰래 숨어들어갔다. 그 순간 이를 눈치채고 둘 사이를 방해하려는 자매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아글라우로스였다. 헤르메스는 여인의 질투심에 어울리는 검은색을 더해 그녀를 석상으로 변하게 했다.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기의 화가 장 밥티스트 마리 피에르(Jean-Baptiste-Marie Pierre)가 묘사했듯이, 화면 오른쪽에는 카두케우스를 내리치는 헤르메스가 보이고 바닥에 쓰러져 검게 변해가고 있는 아글라우로스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 와중에도 헤르세의 눈길은 헤르메스에게 고정되어 있다

헤르메스가 아프로디테와 연인 사이였고 둘 사이에 낳은 아이가 에로스라는 설도 있으나 이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이런 의혹은 미술가들 사이에서도 분분했던 듯하다. 화가들은 미의 여신과 전령의 신,

그리고 사랑의 신 에로스가 마치 한 가족처럼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장면을 적잖이 남겼다. 여기서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의 연인 관계는 확실치 않은 가운데 헤르메스와 에로스의 관계는 비교적 명확하다.

대체로 헤르메스는 에로스를 교육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문헌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에로스에게 웅변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고대인들은 말을 전하고 이로서 남을 설득시키는 것 역시 전령의 신이 주관하는 분야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사실 헤르메스만큼 복잡한 신격을 지닌 신도 드물다. 그는 앞에서 설명되었듯이 제우스의 전령이면서 발명과 상업의 신, 그리고 이 외에도 목축의 신이자 도둑의 신, 여행자들의 수호신, 죽은 자들을 인도하는 신, 다산의 신, 웅변과 이성, 학예의 신이기도 하다.

헤르메스는 어째서 이토록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각기 다른 분야들을 모두 주관하게 된 것일까? 학자들은 그 이유를 헤르메스의 어원인 ‘돌더미에서 유래된 자’에서부터 설명하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의 길가, 특히 마을 입구와 같은 경계를 표시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헤르메(Herme)’라고 불리는 네모난 헤르메스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신,

그가 바로 헤르메스다.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하고, 무용한 것을 유용하게 만들며, 보호하는 한편 훔쳐가게도 하고, 서로 다른 형태의 교환을 주재하는 신. 소통과 노마드적 삶을 중시하는 오늘날에 있어 더욱 매력적인 신이 아닌가.

네이브지식백과

  • 출처 - 역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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