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최초의 대격돌! : 페르시아 전쟁 (BC 492년 ~ BC 448년) ③
『폭풍전야』
1. 군인계급의 출현
BC 5세기에 접어들자, 클레이스테네스(Kleisthenes)의 놀라운 개혁으로 아테나이(Athenai)는 헬라스의 폴리스들 가운데 가장 먼저 민중정치(demokratia)를 실시했고, 그로인해 안팎으로 폭발적인 성장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또한 라케다이몬(Lakedaimon, 스파르타) 역시 뤼쿠르고스(Lykurgos)의 개혁 덕분에 최강의 육군을 육성하는 한편, 헬라스 세계의 패권을 위해 인근 폴리스들을 반강제적으로 끌어들여 펠로폰네소스 동맹(Peloponnesian League)을 결성한 보기 드문 군국주의 국가로 도약하고 있었습니다.
정치적인 혼란을 딛고 일어선 테바이(Thebai)는 아테나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었고, 아르고스(Argos) 역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패권을 놓고 공공연히 라케다이몬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린토스(Korinthos)는 활발한 상업과 무역 활동을 통해 아테나이에 뒤지지 않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발전의 도가니 속에서 헬라스 세계는 찬란한 문명의 기초를 다져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무렵 아테나이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변화가 감지됩니다. 민중정치의 시작은 곧 신흥계급의 출현을 가져왔습니다. 그 신흥계급은 다름아닌 '군인계급'이었습니다.
민중정치의 실시, 특히 민회의 확대와 제 기능은 일반 아테나이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참정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민들의 참정은 민회에서의 발언권의 제한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가져왔습니다. 제아무리 민중정치를 통한 정치적 발언의 평등권이 제공되었다하더라도 민회에서의 발언권과 영향력은 결국 소수의 가진 자들에게 국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민회에서조차 귀족들의 발언권과 영향력은 여전했고, 힘없고 가난한 일반 시민들은 발언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사실 아테나이는 물론, 다른 폴리스들조차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거나 전쟁에서 공로를 세워야만 했습니다.
이에 힘없고 가난한 일반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습니다. 상인이 되어 부를 축적하여 신흥상인계급이 되거나 전쟁에 나가서 공을 세우는 것이었죠. 상업활동으로 신흥상인계급이 된 시민들은 그 돈으로 병장기를 구입하거나 손수 만들어 입고 전쟁에 나가 공을 세워 장군으로 추대되면 비로소 민회에서 강력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대 이오니아 지방의 간략도]
결국 많은 아테나이 인들이 "바다로! 바다로!"나가 해외에서 무역과 상업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여 부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주로 진출한 곳은 지금의 터키 서부 해안, 즉 아나톨리아(Anatolia)의 아이올리아 지방(Aiolia)과 이오니아 지방(Ionia)이었는데, 그들은 이 곳에 진출하여 포카이아(Phokaia), 에페소스(Ephesos), 콜로폰(Kolophon), 레베도스(Lebedos), 테오스(Teos), 키오스 섬(Kios)과 사모스 섬(Samos) 그리고 밀레토스(Miletos) 등의 식민시와 폴리스에 정박하여 상업활동을 벌였고, 일부는 이 곳들을 기점으로 뮈시아(Mysia), 뤼디아(Lydia), 카리아(Karia), 프뤼기아(Phrygia) 등 아나톨리아 중부 지역을 거쳐 멀리 페르시아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무역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중장보병 '호플리테스'의 예]
이렇게 쌓은 부를 가지고 아테나이 인들은 기본적으로 청동으로 만든 갑주(甲胄 : 갑옷과 투구)와 창(δορύ 도리), 방패(ὅπλον 호플론), 중간 크기의 양날검(ξίφος 크시포스), 정강이보호대(κνημίς 크니미스) 등 값비싼 병장기를 구입하거나 수공업자에게 제작을 맡겨 그것들을 착용하고 테바이나 라케다이몬과의 국지전에 참가했습니다. 이런 중장을 갖춘 보병들을 가리켜 '중장보병(重裝步兵)'이라 부르며 헬라스어로 '호플리테스(ὁπλίτης)'라고 불렀는데, 이는 이들이 들고 다녔던 방패 '호플론'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반면, 경제력이 없는 농민병사들은 창과 방패, 투구 정도를 착용하는 경장보병 수준이었으며, 이조차도 구비할 여력이 없는 시민들은 창이나 손수 만든 열악한 병기 내지는 돌팔매 등의 원시적인 병기로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중장보병의 밀집전투대형 '팔랑크스']
중장보병이 등장하게 된 것은 암흑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이들이 구사한 밀집전투대형인 '팔랑크스(Phalanx)'는 BC 7세기 무렵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중장보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은 페르시아 전쟁 직전인 BC 5세기 무렵부터였습니다. 이런 중장보병의 증가는 신흥군인계급의 출현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귀족계급이 우세했던 아테나이의 정치적 지형도 역시 큰 변화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테나이에서는 정치적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쟁에 참가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변화는 비단 아테나이 뿐만이 아니라 아테나이가 속한 아티카 반도(Attika)의 폴리스들과 보이오티아(Boiotia), 에우보이아 섬(Euboia)의 폴리스들, 멀리는 테살리아 지방(Thessalia)의 폴리스들과 에게 해의 크고 작은 섬나라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헬라스의 폴리스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었습니다.
결국, 군인계급을 이루는 이들에게는 무역과 상업로의 확보와 개척은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큰 장애물이 생겼으니 바로 동방의 대제국 '페르시아(Persia)'였습니다.
2. 페르시아의 트라키아 정복
한편, 이 보다 앞선 BC 513년, 남쪽으로 리뷔아(Libya)의 정복을 마지막으로 오리엔트 지역을 통일한 페르시아의 다레이오스 1세(Dareios I)는 스퀴타이 족(Skythai)의 빈번한 침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다수의 작은 부족들로 산개해있던 스퀴타이 유목민족들은 치고 빠지는 작전을 구사하면서 페르시아의 북서부 영토에까지 침입하여 양식을 빼앗고 건물들과 경작지를 온통 폐허로 만들어놓곤 했습니다. 이른바 '초토화 작전'이었죠.
출처 - 역사랑 놀자
[오늘날 트라키아 지역]
이들의 본진을 계속해서 뒤쫓던 페르시아 군은 흑해와 프로폰티스 해(Propontis, 지금의 마르마라 해)를 잇는 보스포로스 해협(Bosporos,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 트라키아(Thrakia, 또는 트라케, 오늘날 발칸반도 동부 일원의 지방으로, 그리스와 터키, 불가리아 3국의 영토가 공존하는 지역임)까지 넘어오게 됩니다. 트라키아를 침범하게 된 페르시아 군은 어부지리로 이 곳의 많은 헬라스 폴리스와 식민시를 정복하는데, 마케도니아(Makedonia)의 아뮌타스 1세(Amyntas I)는 페르시아 군의 규모에 질려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고 페르시아의 신하가 되어버립니다.
트라키아가 페르시아의 수중에 떨어지자, 트라키아에 주둔하던 아테나이 군의 사령관 밀티아데스(Miltiades)는 페르시아 군의 남하를 우려하여 다뉴브 강을 연결하는 다리를 모두 불태워버립니다. 이에 다레이오스 1세는 격분하여 밀티아데스가 이끄는 아테나이 군을 궤멸 직전까지 몰고 갑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이오니아 지방의 페르시아 식민시로부터 급한 전갈이 도착하고, 페르시아 군은 서둘러 보스포로스 해협을 건너 이오니아로 향합니다. 페르시아 전쟁의 발발 원인이 되는 이오니아로부터의 전갈은 과연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계속)
※ 참고서적
- '역사', 헤로도토스 著, 천병희 譯, 숲출판사
- '페르시아 전쟁', 톰 홀랜드 著, 이순호 譯, 책과함께
- 'The Greco-Persian Wars', Peter green 著,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The Greek and Persian Wars, 499–386 BC.', Philip de Souza 著, Osprey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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