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와 관련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임차인이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차임’, 즉 월세를 연체하지 않는 것이다. 법에 규정된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연체하게 되면, 임대인에게 계약해지권이 발생하게 되어, 임차인은 남은 임대차 기간이나 권리금 등 자신에게 유리한 대부분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8에는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3기의 차임액이라는 것은 3개월 치의 월 임대료를 말하는데, 3번이 연속으로 연체될 필요는 없고 연체된 금액의 합계가 3개월분에 달하면 된다.
그래서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어떤 경우에라도 월세가 3달 치를 넘게 연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3개월 차임을 연체할 때, 바로 임차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를 해야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민법에는 ‘필요비’라는 것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필요비’란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민법 규정에 따르면 임차인이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26조 제1항). 만약 임대인이 필요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임차인도 이에 해당하는 만큼 월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인가? 특히 필요비는 임대차가 종료해야 청구할 수 있는 유익비와는 달리, 지출한 이후에 언제라도 청구할 수 있으므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월 상가 임대료가 1천만 원인데, 임차인은 3기에 해당하는 3천만 원의 월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런데 임차인이 상가를 사용하기 위한 수리비(필요비)로 1,500만 원을 지출했다면, 임대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최근에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먼저 간단히 줄이면, 필요비 상환의무가 발생한 경우에 그에 대응하는 금액만큼의 차임 연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가 임대차는 타인의 물건을 빌려 사용ㆍ수익하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민법 제618조).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차 목적물을 계약 기간중에 사용ㆍ수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 즉, 임대인이 임차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게 해 줄 의무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와는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다. 그래서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임차인이 임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다면, 임차인은 사용수익에 지장이 있는 한도에서 임대료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면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먼저 지출하고, 그 비용만큼의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임대료를 연체한 것일까? 우리 대법원은 임대인의 필요비 지급의무는 결국 임대인이 계약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두어야 할 의무이기 때문에,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와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즉 임차인은 지출한 필요비의 한도에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사례에서, 임차인이 지출한 필요비 1,500만 원을 공제하면, 현재 연체한 차임은 1,500만 원에 불과하여 3기의 임대료 연체해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임대차 계약에 ‘건물수리는 입주자가 한다’라는 등 임차인의 필요비를 포기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 경우에 통상의 수리비에 대해서는 필요비를 주장할 수 없고, 그 결과 임대료에서 필요비 공제를 주장할 수도 없다.
다만,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 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 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판례이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 판결). 즉, 이런 경우라면, 임차인은 여전히 필요비에 상당하는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사실 필요비와 유익비, 통상의 수리비와 대규모 수선으로 보는 경우의 구별은 쉽지 않다. 비슷한 종류의 비용지출이라고 해도, 건물의 규모, 사업장의 용도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필요비로 인정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차임은 3기 이상 연체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다. 반면에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필요비 포기’의 특약을 임대차 계약서에 명시하고, 임차인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좀 더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분쟁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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