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계약갱신청구권 2년 연장, 집주인이 막는 이유와 반박

30년 만에 전세 거주 보장기간이 2배로 늘어난다. 법무부는 지난 9월 18일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 협의’에서 기존 2년의 전세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상가에 적용되던 계약갱신청구권을 주택에도 도입하겠다는 건데, 당장 공인중개사협회가 전세가격 폭등, 사유재산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찬반 양측의 의견을 뜯어봤다.

주택 임대차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는 움직임이 일면서 전세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사진=뉴시스]

‘2년짜리’ 전세계약이 4년으로 늘어난다. 2년 전세계약을 연이어 두번 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 계약을 맺을 때 집주인은 5% 상한선 내에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 전세 임차인으로선 ‘보증금 5% 상승’이란 상한선과 ‘1회 연장계약’이란 법적 안전망 안에서 4년 동안 살 수 있는 셈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 18일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 협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도입 방식이나 기간은 미정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조속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약이 연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개월 단위였던 전세기간이 1981년 1년으로 늘었고, 그로부터 8년 후엔 계약기간이 2년으로 증가했다. 지금의 ‘2년 전세계약’ 체계가 표준이 된 게 이때다.
하지만 반발의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후보시절 공약이었던 계약갱신청구권을 우려해 공문을 발송했던 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9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한번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반대하는 주요 논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전세금 폭등할까 = 가장 큰 우려는 전세자금의 폭등이다. 공인중개사협회가 근거로 삼은 자료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전세보증금변동률이다. 1986년부터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전세 최소 거주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 전세보증금변동률은 17.5%(전국)로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에는 23.7%에 달했다. 전세계약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 1981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감정원의 통계 이전이기에 구체적인 수치는 없지만 당시 신문 기사 등을 확인하면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의 경우 약 10%대 변동률을 보였다. 문제는 이 통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점이다.

‘통계를 다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개정안의 ‘적용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89년 전세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것은 12월이다. 이 때문에 1989~1990년 1년 기간엔 제도 변경의 효과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당시 변동률은 그래서 별 의미가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금 변동률 추이를 1989년에서 앞뒤로 더 늘려서 본다면 전세기간 연장으로 보증금의 상승폭이 커졌다고 보기 애매하다”며 “실질적으로 2년 계약이 정착된 1990년 전세금 상승률은 1989년과 비교해 낮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금 변동률은 전국 기준 17.5% (1989년)에서 16.8%(1990년)로 떨어졌고 1991년에는 1.9%까지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에도 1989년 23.7%를 기록했던 상승률은 1990년 되레 16.2%로 떨어졌다.

■상가만 재산증식 수단인가 = 계약갱신청구권을 반대하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청와대에 보낸 공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가와 주택은 다르다. 둘째, 상가 계약갱신청구권은 재산권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상가의 경우에는 시설투자, 상권형성 등에 기여한 ‘권리금’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주장 역시 반론의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주택은 상가와 달리 임차인의 재산증식 수단이 아니다’는 공인중개사협회의 주장은 편협한 구석이 있다. 만약 전세로 4년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향한 관심이 워낙 높아진 탓이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세입자가 주택 내 시설인 싱크대·욕실 등의 상태를 개선하고 새 세입자로부터 시설 권리금을 직접 받는 일도 생기고 있다. 집주인이 투자한 부분이 아니다 보니 임대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입자 간 거래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상가뿐만 아니라 주택에서도 시설 개선을 위한 세입자의 투자 비용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집주인 사유재산 침해인가 = 공인중개사협회는 “4년간 부동산 매매를 자유롭게 할 수 없고 물가상승률만큼 보증금도 높일 수 없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보증금 5% 상한제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전세보증금 상승률은 2016년 1.3%, 2017년 0.6%, 2018년 -1.8%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2.0%, 1.4%, -1.5%로 움직였다.

올해 9월까지의 전세 보증금 누적 변동률 역시 전국은 -1.6%, 서울은 -1.3%을 기록했다. 최근의 전세보증금 변동률을 보면 5% 상한제가 정상적인 시장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청소년의 학업 주기와 임대 보장기간을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전세기간 연장과 전세 보증금 상승이 상관관계는 있을지 몰라도 인과관계가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가지 요인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연장된 전세 기간인 4년에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989년 전세 기간 연장의 근거로 6년, 3년씩인 국내 학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만큼, 실제 거주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